영·유아, 청소년도 정신건강검진..정신질환 개념 세분화
"경쟁사회·고령화·이혼 등 환경적 요인으로 정신질환자 증가"


정부는 정신질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데 대해 다각도의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신 이상 가능성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영·유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진을 하고 법에 규정된 정신질환 개념을 보다 정밀하게 분류해 불필요하게 '정신병자'로 낙인찍히거나 법적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1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정신질환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 1년 유병률, 평생 유병률 등 각종 정신질환자가 5년전 조사 때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신질환 증가의 원인으로 유전적 문제보다는 환경적 요인에 주목하고 있다.

   조맹제 서울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엄청난 적응력이 요구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 저출산과 고령화, 이혼 증가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면서 불안·기분 장애나 우울증 등이 증가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중독의 경우 줄어드는 추세인데, 이는 음주 행태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 기본방향'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을 본격화하고 있다.

   복지부는 우선 영·유아·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연령대별 정신건강증진체계를 도입키로 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학생건강검진에도 일부 정신건강 관련 항목이 있지만 이와 별개로 건강보험제도 안에서 검진을 통해 정신건강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 검진에서는 아이들에게 흔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뿐 아니라 주로 14~25세 사이에 처음 발병하는 불안·강박·우울증 등이 집중 점검된다.

   청·장년층의 경우 직장 건강검진 항목에 정신질환 뿐 아니라 스트레스 요소도 포함시켜 종합 관리체계를 갖추고, 노년층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발견되면 자살 위험 등에 대한 관리에 나선다.

   복지부는 특히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 인식을 바꾸고, 단순한 병력만으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우선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를 세분화해 상담이나 단순한 약물치료만으로 충분히 정상적 사회생활이 가능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중증 환자를 명확히 구분할 방침이다.

   현행 정신보건법에서는 의사 상담을 한 번만 받아도 중증 환자와 다름없이 질병 분류체계상 '정신질환자' 꼬리표를 달게 된다.

   정신질환의 세분화가 필요한 것은 현행 법 체계에서 한 번 정신질환자로 규정되면 증상 정도에 관계없이 보험가입, 공무원 임용 및 고용 등에서 차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공중위생 관리법, 식품위생법, 의료법 등 개별법에서 채택하고 있는 정신질환 관련 용어의 개선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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